“자신만의 방” 을 자신도 모르게 찾게 되는 순간은 언제일까.
깊은 상념 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 인해 휴식이 필요할 때이거나,
혼자서 견뎌 내기 힘든 순간을 위로하기 위하여 시간이 필요할 때 일 것이다.
그 순간의 해석에 있어 근본적으로는 남녀 차이가 있지는 않겠으나,
작가는 삶을 살아가면서 수시로 마주치는 무기력함을 견뎌내고 있는
여성들의 슬픈 뒷모습에 공감하며 눈으로 보여지지 않는 감정의 흐름과
보여지길 꺼려했던 진실의 순간을 캔버스에 담아내고 있다.
두 팔로 자신의 어깨를 감싸는 것.
웅크리는 것. 뒤돌아 누운(돌아누운) 것.
어딘가 에 어깨를 기댄 것 등은
그 모두가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행위 들 인 것이다.
나를 환기 시키고 내가 살아갈 힘을 내기 위해 위로하는 시간.
어쩌면 작가는 타인의 그런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방”의 의미로써 표현 작업을 반복하게 되는 것 같다.
작가는 앞으로도
사람의 감정을 작품의 모티브로 삼되
조금은 더 유연하게 주제를 표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주제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할 것이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다양한 재료에 도전함으로써
작가의 내면세계와의 화해를 시도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 다짐해본다.
끝으로 미셀 투르니에가 쓴 저서 ‘뒷모습’에 담긴 말이
작가의 작업에 강한 확신을 심어 주었기에
아래에 소개하고자 한다..
뒤쪽이 진실이다
남자든 여자든 사람은
자신의 얼굴로 표정을 짓고 손짓을 하고
몸짓과 발걸음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모든 것이 다 정면에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그 이면은?
뒤쪽은? 등 뒤는?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너그럽고 솔직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 내게
왔다가 돌아서서 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것이 겉모습에 불과했었음을
얼마나 여러 번 깨달았던가.
2012. – Artist Hur Seung Hee
어떻게 하면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수많은 감정들을
아기 다루듯 조심스럽게 잘 어루만질 수 있을까
무형의 형태에서
어딘가에 기대어 있거나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의 모습이 서서히 나올 때까지
캔버스 화면 위에 색을 엊고 지워내고를 반복한다.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일이 조심스럽고 몹시 서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몸짓의 언어를 절제하여 표현하고자 한 것은
우리를 둘러 싼 모든 상황들이 무언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 여겼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색들이 전해주는 따뜻한 언어,
형태에서 전해지는 간결한 언어,,
그것들은 때로 무엇으로도 대신 할 수 없는 위로의 말이 된다.
깊은 공간감과 이러한 색과 형태의 언어들이
서로 조화롭게 화면 안에 공존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것이 혹 슬픈 사람의 모양을 하고 우리에게 다가오더라도,,,
그것이면 된다.
2018. 10. 허승희 직가
우리는 때때로
지나면 별 일 아닐 것 같은 일로
작은 무엇인가를 상실하기도 하고 지독한 마음의 병을 앓기도 하죠.
여전히 여럿보다는 혼자 보내는 시간을 보냈고
혹시라도 내 마음에 누군가 들어와 나의 감정들을 휘져어 놓을까
조심하고 경계하면서 작업실 에서의
단조롭고 무해한 날들을 이어갔습니다.
어느 날은 집에서 같이 지내고 있는 작은 고양이가 곁에 와서
세상 모르고 곤히 잠이 든 모습에 위로를 받고
마음이 포근해지는 경험을 했어요.
작은 녀석이 커다란 곰보다 더 든든하게 곁을 지켜주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작품 중 <나무숲> 두 작품은
그때의 제 마음을 담은 그림이 되었습니다.
그림에 새가 들어가는 이유는
개인적인 소망과 간절한 바램을 누군가와 나눌 수 가 없다고 여겨지는 순간을
작고 소중한 존재들과 함께 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언제든 곁을 떠날 수 있다는 것,
돌아 오기를 기다리는 나의 마음.. 등
제가 표현하는 그림의 이야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닿을 수 없는 것 들의 아름다움은 우리를 머물게 하죠.
저는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나의 또 다른 모습, 혹은 타인의
뒷모습에 관심을 가져왔어요.
그것은 심적으로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면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에 대한 나의 거부감과 소심한
성향이 한 몫 하기도 하였지만, 그럼에도 작업에서는
그 어떤 정면의 모습보다 옆 모습이나 뒷모습이 지닌
쓸쓸하고, 공허한.. 슬픔이라는 감정이 가진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고 싶었고, 또한 그것을 치열하게 보다는
담담하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별 일 아닌 것들과 소소한 날들을 sometimes 라는 타이틀로
전시를 열어 봅니다.
2025.2. 허승희